[신년기획] 한미박물관 진단 <2>의문점 가득한 재정 기록
수년째 답보 상태인 한미박물관 건립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불투명한 예산 운용, 단체 등록 서류 미비, 웹사이트 개편 중단 등의 숨은 문제가 있다. 본지는 수년째 난항을 겪고 있는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한미박물관에 대한 연방 국세청(IRS) 자료, 가주법무부의 비영리단체 등록 현황 등을 조사했다. 우선 한미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기관의 비영리 단체 등록 상황부터 불분명하다. 가주 검찰에 따르면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 INC)의 비영리 단체 등록 상태는 현재(2023년 1월 17일 기준)까지 ‘연체(delinquent)’로 표기돼 있다. 비영리 기관에 대한 감독권은 가주 검찰이 갖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자선 단체 등이 매 회계연도에 관련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관의 상태가 ‘연체’ 등으로 표시된다. 연체 상태가 지속할 경우에는 ‘유예(suspended)’ 또는 ‘폐지(revoked)’ 상태로 변경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가주 검찰 웹사이트에 공시된 한미박물관 제출 서류 현황도 알아봤다. 웹사이트 상단에는 가주 검찰이 지난 2021년 11월 18일(직인 기준)에 접수했던 한미박물관의 기금모금 활동 보고서(RRF-1)가 마지막으로 공시돼 있을 뿐이다. 이외에도 연간 갱신 데이터(Annual Renewal Data)를 살펴봤다. 한미박물관은 2018년도 등에 국세청 세금보고 서류(IRS Form 990)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완전(incomplete)’으로 표시돼있다. 국세청 웹사이트에는 한미박물관 세금보고 서류가 지난 2019년 자료까지만 공시돼있다. 본지는 한미박물관의 2015~2019년의 세금보고 서류를 토대로 총자산에서 부채 등을 제외한 순 자산(net assets)을 분석해 봤다. 세금보고 서류를 보면 한미박물관의 순자산은 2015년(175만2088달러), 2016년(371만6460달러), 2017년(360만4149달러), 2018년(108만3502달러), 2019년(336만4230달러) 등 변화가 많았다. 특히 지난 2018년 한미박물관의 순 자산은 갑자기 급감했다. 전년(2017년·360만4149달러) 대비 무려 70% 가까이 줄었다. 한미박물관의 순 자산은 이후 2019년에 300만 달러대로 회복했지만 2016년과 2017년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순 자산만 놓고 봐도 수천만 달러가 소요될 한미박물관 건립안이 그동안 왜 제자리걸음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기부금 및 보조금 등의 액수는 들쭉날쭉했다. 한미박물관 측이 받은 기부금 및 보조금은 2015년(138만 달러), 2016년(205만587달러), 2017년(19만4824달러), 2018년(3680달러), 2019년(242만8150달러) 등 5년간 6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단돈 ‘3680달러’만 받은 2018년이 의아하다. 이 해에는 순 자산 급감은 물론 ‘자산 처분 손실(Loss on Disposal of Assets)’ 액수가 무려 230만 달러 이상에 이른다. 부채 상황도 눈에 띈다. 부채(liability)는 채무(debt)를 포함, 해당 기관이 이행해야 할 모든 재정적 의무를 의미한다. 한미박물관의 부채 총계(total liability)를 보면 2020년(비영리 언론기관 프로퍼블리카 자료)에 401만8000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근래에 부채가 가장 많았던 2017년(3만7400달러)과 비교해봐도 무려 1만% 이상 치솟았다. 이와 관련, 한미박물관 이사회 측은 “(401만 달러의) 부채는 세금보고 시 기술적으로 처리해서 그렇게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박물관 안병찬 이사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빌린 돈이 아니다. 빚으로 볼 수는 없고 세금 보고 시 수입을 ‘디폴트(default)’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200만 달러 이상에 달하는 자산 처분 손실 부분에 대해 안 이사는 “당시 박물관을 아파트와 연계해서 지으려고 했는데 돈을 감당하기 어려워 계획이 변경됐다”며 “당시 변경 전까지 들어간 비용을 모두 손실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계속된 계획 변경으로 인해 사실상 수백만 달러의 재정이 ‘헛돈’이 된 것이다. 반면, 한미박물관 측은 직원 임금, 렌트비, 보험 등 운영 비용으로만 2015년(10만1529달러), 2016년(23만9155달러), 2017년(20만8361달러), 2018년(23만2901달러·자산 처분 손실을 제외한 금액), 2019년(15만7414달러) 등 1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받은 총 기부금 및 보조금의 약 15%를 운영비 등에 계속 사용한 셈인데, 한미박물관 건립안이 수년간 정체돼 있다는 점은 비효율적인 운영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현재 한미박물관 측은 웹사이트(kanmuseum.org)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웹사이트에는 ‘광복절인 2022년 8월 15일에 웹사이트를 공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우리는 마감일을 지키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웹사이트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공지문만 보인다. 이와 관련, 본지는 한미박물관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윤신애 사무국장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등 사무실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LA지역 6가에 있는 한미박물관 측 사무실을 4일 오후 4시쯤 직접 방문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이 빌딩의 글렌 경비원은 “그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을 최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무실 문은 거의 닫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신년기획] 한미박물관 진단 <1>땅주고 돈 줘도 공회전만 [신년기획] 한미박물관 진단 <2>의문점 가득한 재정 기록 장열·김형재·장수아 기자한미박물관 진단